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이터널 선샤인

OST가 참 좋은 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마다하지 않는 영화 중에 하나로 코믹 연기 전문인 짐캐리가 주연으로 나오는 로맨스 영화입니다. [이터널 션샤인]이라는 이름으로 2004년 국내에 개봉된 이 영화의 원제목은 조금 깁니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으로 직역하면 '티끌 하나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빛' 정도가 되겠네요.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끌리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과 내가 이미 사랑했었던 사이라면... 과연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사랑의 위대함'과 '운명의 힘'을 이야기하거나 또 'OST가 좋다거나, 배우들이 좋다.', '구성이 좋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 역시 영화의 OST를 좋아하고 캐스팅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지난밤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게 생겼습니다.

      

영화는 조엘이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서 OST(클릭) 시작되는데요. 영화는 조엘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조엘의 기억을 중심으로 클레멘타인과의 추억을 1인칭 시점으로 떠올리는데, 그 중에서도 조엘의 기억속을 표현했던 방법이 인상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과거를 완벽하게 기억할 수 없습니다. 기억하고 있는 또렷한 부분과 그 외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을 영화에서 잘 표현했습니다. 조엘이 기억하는 부분은 선명하고 나머지 배경을 뿌옇게 처리한다거나 인물들의 모습이 일그러지게 표현한 방법은 몽환적이면서도 이야기의 진행이 현실이 아닌 조엘의 기억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해주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또 앞서 이야기한 OST들도 몇 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BGM으로 몽환적이고 미스테리한 느낌을 줍니다.

조엘의 기억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진짜(현실의) 클레멘타인은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에 나오는 짧은 순간 뿐입니다. 영화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클레멘타인은 그저 조엘의 기억 속에 존재했던 클레멘타인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클레멘타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사실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기억속의 클레멘타인이 하는 행동들과 말 역시 조엘의 무의식 속에 기억되어 있는 클레멘타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단순하게 '사랑의 위대함'이나 '운명'이라고 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영화는 조엘이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 "사랑의 기억에 대한 고해성사"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자신을 기억에서 지워버린 클레멘타인에게 화가 나 자신 역시 클레멘타인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기로 했지만,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함께 한 지난 기억 속에서 그녀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녀와 관련된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조엘은 여전히 클레멘타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거죠.

스스로가 우울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그런 자신을 잠시 잊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클레멘타인과의 권태기가 오면서 잊고 있었던 자신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결국엔 클레멘타인이 조엘을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사태까지 오게 된거죠.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떠올려가며 그녀에 대한 기억을 지켜보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클레멘타인과 헤어진 현제에서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처음 만난 해변가의 기억들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영화를 보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지난 사랑의 기억들을 떠올려 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글에서 말하길 권태기가 왔을 땐 상대가 다른 사람과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고 추천하던데, 영화에서처럼 상대와 함께한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쉽게 상처 주고 또한 쉽게 상처받으며 살아갑니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진정한 색을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서로 실망하고 다시 만나기 힘들겠다는 상황을 인지 하면서도 "Okay" 한마디로 모든 것을 용서하는 장면은 조금 허무하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에 또 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장면입니다. 

후반부에 잠에서 깨어난 조엘과 함께 영화 OST가 다시 들려오면서,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미르쥐액과 매리) 다시 시작하는 순간(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만남)은 영화의 구성력이 돋보이는 순간입니다.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사랑해왔던, 그리고 사랑하고 있는 모습들을 조금씩 찾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권태기에 있거나 권태기를 겪었거나, 지금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도, 사랑을 막 끝낸 사람에게도 모두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 '이터널션샤인'입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게다가오는 소설 책 『어린 왕자』같은 영화라는 생각도 잠시나마 해봅니다. 

곧 시작되는 장마에 허전한 마음 달랠 길을 찾는다면, 영화 '이터널 션샤인'을 다시 한번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You said, "So go".. With such disdain, you know?
네가 그랬어, "그럼 가요." .. 경멸하듯이 말이야. 기억나?

Oh, I'm sorry. 
오, 미안해.

It's okay.
괜찮아.

Jeoly? What if you stayed this time?
조엘?  이번엔 여기 있으면 어떨까?

I walked out the door. There's no memory left.
난 문 밖으로 나왔었어. 기억이 남아있지 않아.

Come back and make up a good-bye, at least. Let's pretend we had one.
최소한 돌아와서 작별인사는 해야지. 그랬던 것처럼 하자.

Bye, Joel.
잘가, 조엘.

I love you.
사랑해.

Meet me in Montauk...
몬톡에서 만나...

-영화 속 조엘의 기억속에서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대화

2015/06/26  The Lazy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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