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게이야?
; 나를 괴롭게 하는 어떤 것
이십대 중반의 대학생에게 고민거리를 묻는다면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연애? 외모? 스펙 쌓기? 취업? 일반적으로 위의 의견들 중 하나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 조금 특별한 고민거리가 있다. 물론 위에 열거된 고민거리들 또한 필자의 걱정거리에 속하지만 필자의 고민거리는 조금 다르다.
어느 날 친하게 지내는 학교후배와 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후배가 문득 던진 말에 필자는 마시던 커피를 뿜을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게이 아니냐구?” 갑자기 잘 놀다가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어리둥절했다. 방금 전에 먹은 밥이 잘못된 건지 생각하면서 후배에게 이유를 물었다. 후배의 말에 따르면 몇 년째 연애도 하지 않으면서 한사람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다른 여자를 만나며 노는 필자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인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후배가 말하는 필자의 모습은 이상하게 보일만도 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생기다만 외모에 게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인가? 기분이 이상했다. 게이들은 잘생기고 키도 크고 뭐 여자에게 관심도 없으니, 시크하다니 차도남이니 하는 것 아니었나?
하지만 후배의 말은 사실이다. 필자는 주로 ‘남자’보다는 ‘여자’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며 영화를 보거나 연극, 전시회를 같이 간다. 술자리도 있고 때로는 데이트코스로 유명한 곳에 함께 가기도 한다. 과연 필자가 어떤 여자든지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는 소위 ‘카사노바’일까?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면 카사노바도 아닌데 여러 여자를 만나고 다니면 좋은거 아니냐고? 그 것 또한 아니다. 필자의 고민거리는 바로 이런 아이러니한 대인관계에 대한 것이다.
필자는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포츠, 게임, 담배, 클럽 그리고 이종격투기까지. 유일하게 공통관심사가 있다면 ‘여자’뿐이다. 이렇다 보니 남자를 만나면 처음 예의상 맞춰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조금 더 친해지다 보면 공통관심사를 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필자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모르겠다. 그저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전시회, 연극, 책, 카페, 여행, 음악, 패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것을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따분해하는 분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던 것 같다. 결국 필자를 자세하게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필자는 그저 ‘여자 밝히는 놈’밖에 되지 않았다. 억울하다. 필자는 정체성에 혼란이 있는 사람도, 여자라면 눈이 뒤집어지는 사람도 아니지만 이미 주변에서는 무슨 일만 생기면 “이번에는 어떤 여자야?” 혹은 “또 여자랑 가?”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상황이다. 필자는 카사노바가 아니라 그저 사람이 좋을 뿐이고 성향상 남자보다는 여자와 더 자주 어울리게 되는 것뿐이다.
필자도 남자인 이상 연애도 하고 싶고 이왕이면 관심 공통사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사실 그것보다 좋은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한 친구(또한 ‘여자’인)가 말해주길, 나의 그런 행동들은 그 어떤 여자가 보더라도 마이너스인 상황으로 밖에 보기 힘들다고 한다. 주변에 여자가 많은 남자를 어느 여자가 좋게 생각하겠냐고...상황이 이렇다면 남자들이 필자를 보는 시선조차 곱지 않을 것은 당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애를 시작하기도(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어려울뿐더러, 대인관계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필자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이십대 중반의 졸업반인 대학생에게 어쩌면 취업보다 더 신경 쓰이는 고민거리로 골치 아픈 필자는 과연 어디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인가?
2013년 1학기 [심화글쓰기연습] 글쓰기 과제 中
2016/07/01 The Lazy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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