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11-15 출근길#3
내 앞쪽 오른 편엔 백팩을 메고 휴대폰에 열중인 30대 후반의 남자가, 왼편엔 어제와 같은 재킷을 입은 남자가 선다. 나는 책을 덮는다.
마주 보는 정면으로 지난주엔가 보았던 골반이 넓은 여자가 나를 등지고 서있다. 대각선으로 오른편 반대편 문 앞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아홉시 방향의 문 앞에는 머리를 촌스럽게 파마한 여자가 한겨울 추위를 눈앞에 둔 날씨에 휴대용 전기 손선풍기를 들고 있다. 그 여자 바로 옆에는 진한 화장의 여자가 한 손엔 300ml 딸기우유를 빨대로 마시며 휴대폰에 열중하고 있다.
오늘은 많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주변에 남자들이 나를 둘러싸이자 나는 숨이 막혔다. 오늘 출근길 전철에는 나를 사로잡는 젊음도, 패션도, 아름다움도 없다. 그냥 여자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 대각선 문 앞에 서있는 여대생이 인파들 사이로 눈에 들어온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들어오고 몇 정거장 동안 줄곧 보이던 그 여학생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
다시 숨이 막힌다. 사람들 시야로 아우터 후드에 촌스러운 반짝이 장식이 눈에 들어온다. 촌스러움을 참을 수 없어 시선을 돌린다.
"뒤로 조금씩만... 한 정거장만 참고 갑시다 여러분!.."
환승 전 지하철은 언제나 만원인데, 사람이 또 탄다. 지하철 안내 봉사자? 어르신은 언제나 저렇게 말한다. 인파에 목소리의 당사자인 어르신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옆의 백팩을 멘 남자가 통화를 시작한다.
시끄럽다. 다행히 곧 환승하는 역의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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