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인스포팅 Trainspotting, 1996

Trainspotting, 1996
트레인스포팅

술은 왜 마실까?  왜 담배를 피울까? 섹스는? 
그리고 ...마약은?

 

이유야 많겠지만 쾌락이라는 요소는 부정할 수 없다. 좋아지는 기분 이상의 황홀함과 현실을 잊게 해주는 몸에 해로운 것들은 현실을 살아가는데 결고 불필요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강력한 중독성의 이유로 마약은 위험하지만 그만큼 술이나 담배보다 강력한 희열과 쾌락(=현실도피 등)을 준다. 주인공 랜턴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Edinburgh)에 사는 마약중독자로 영화의 절반 이상을 마약에 절어 있다. 마약에 취해있을 때면 오히려 랜턴의 눈빛에서 생기가 느껴지는 건 왜일까?

 

영화의 전개는 꽤 빠른 편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생략되거나 원작과 다른 부분도 많겠지만 연출이나 사운드트랙도 영화를 살려내는 포인트다. 독백과 함께 달리는 장면의 오프닝으로 시작해서 기본적인 장면의 전환이 빠르고 마약으로 인해 현실과 구분하기 힘든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특히 더러운 변기 속으로 들어가는 렌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변기로 들어가는 장면은 신선하면서도 마약으로 인한 위험성을 에둘러 표현하는 장면인데 영화에서는 마약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면서도 정작 마약이 옳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의견은 없다. 마약과 함께 메인 캐릭터들의 성향이 어우러져 벌어지는 일들을 그저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죽은 아기는 마약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술, 담배, 여자, 폭력, 범죄로 일단락되는 청년들의 반항이라고 치부하기에 영화는 조금 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심각하지 않다. 오히려 오락스럽고 유쾌한 분위기다. 시종일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랜턴과 친구들은 가는 곳마다 사고를 일으킨다.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들의 일상마저 마약처럼 중독되어 있는 것만 같다. 

 

오프닝에서 어떤 선택도 하지 않겠다던 랜턴은 세상에 순응하기보다 마약에 빠지고 마약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등 반항적인 청년이었지만, 마약을 끊고 런던에서 새 삶을 사려는 등의 노력을 하는 유일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인상적이던 오프닝처럼 엔딩 역시 기억에 남는데 렌턴은 정말로 평범한 삶을 꿈꿔왔던 거였을까?

전반적으로 젊음과 날것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유쾌한 영화지만 마냥 웃고만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도 없다. 나쁜 놈이건, 마약 중독자 건. 양아치이던 중요한 건 모두 스스로가 선택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뿐이다.    

2018/12/04 The Lazy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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