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케빈에 대하여

1976년작 영화 오멘(The Omen, 1976)은 엑소시스트(The Exorcist, 1973)와 함께 헐리우드 오컬트 영화에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아직 본작을 보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평들을 보아하니 꼭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그중에서도 오멘의 주인공 데미얀은 악마의 아들로, 영화에 나오는 그 귀여운 미소가 압권이라고 하니 충분히 사악한가 봅니다.  

        

주인공 케빈 역시 오멘의 재림인가? 싶을 정도로 사악한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에게선 보기 힘든 악의에 찬 눈동자는 케빈이 이미 아기였을 때부터 울음소리로 예감할 수 있었는데, 공사장 소리에 묻혀 케빈의 우는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고서야 안도감을 느끼는 에바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가 먼지 모를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내 악의에 차있던 케빈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아래의) 순간은 케빈의 지난 행적에 대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케빈과 에바에게는 무슨일이 있었을까요? 왜 우리는 케빈에 대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는 걸까요? 영화 케빈에 대하여 입니다.

많이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시간을 앞뒤로 오가기가 부지기 수고 장면들이 많이 함축적이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로 미루어 보건대..' 라는 추측을 해야 합니다. 사실을 말해주는 설명이나 장면이 따로 없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스스로가 추측한 내용대로 영화가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아리송해지기도 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상황 파악으로 끝까지 고민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요 내용은 엄마 에바와 아들 케빈의 대립입니다. 무심결에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영악한 케빈에게 괴롭힘 당하는 에바의 모습이 불쌍하게만 느껴지겠지만,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에바의 모습이 조금은 부자연스럽다는느낌이 들게됩니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잘해주기보다 못되게 굴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케빈을 더 이해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자신의 보호벽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 상대에게 자신을 노출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보호벽이 없어진 약한 나를 보여주기 싫어서, 혹은 다치는 것이 겁나서 오히려 상대에게 못되게 행동합니다.

누구나 느끼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여기선 모성애) 벽에 부딪치면서 거기에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합쳐지자,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이 나타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반동형성(反動形成, reaction formation)이라고 해서 '억압된 감정이나 욕구가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그것과 정반대의 행동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기제'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케빈은 엄마가 자신에게 가지는 감정을 뱃속의 태아 때부터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에바가 케빈을 대하는 말투나 행동을 보면 케빈에게 노력하는거 같으면서도 사실은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에바가 웃는 모습은 오직 회상장면에서만 볼 수 있는데, 자유분방한 에바의 삶에 케빈이 끼어들면서? 에바의 삶이 변해버렸다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계속되는 케빈의 행동들은 심각해지지만 오히려 엄마 에바에게 가해지는 피해가 없다는 사실은 엄마에 대한 증오보다는 오히려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케빈의 행동들은 꾀나 잔인하지만 역시 직접적으로 영화에서 표현되지 않습니다. 영화의 불친절한 단점이 여기서는 케빈과 에바의 행동에 시전을 집중시키는 장점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많은 부분이 압축되어 있고 회상장면들이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이 영화는 마치 하나의 시 같습니다. 많은 상징들과 그것들이 보여주는 순간들은 일그러진 사랑과 모자간의 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영화 케빈에 대하여였습니다.

"왜 그래? 소년원이 널 불안하게 하니?"

  "불안하냐고? 여기에 대해서 뭘 알안다고?"

"넌 모든 걸 잘해왔어, 생활도 모범적이고 약도 잘 먹었고
몇 년 안에 여기서 나올 거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왜 월요일에 널 보러 온건지?"
 

  "그럼.  내 기념일이잖아."

"2년이야.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어. 
네가 왜 그랬는지 나한테 말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햇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영화속 에바와 케빈의 대화 中

*참고문헌
박민지, 『영화 ’케빈에 대하여’-정신역학적 접근과 인지-행동적 접근으로 진단하기』, 성균관대학교

2015/12/29  The Lazy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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