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

Groundhog Day, 1993
사랑의 블랙홀

동양 문화권에서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서 24절기로 계절을 나누어 구분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입춘(立春)을 봄이 시작하는 날이라 하여 기념합니다. 나라별로 조금씩 풍습이 다르기도 한데, 일본의 경우 입춘 하루 전날을 세쓰분(節分, せつぶん)이라고 해서 입춘대신 이 날을 명절로 보냅니다.

북미지역에도 "입춘" 비슷한 풍습이 있는데, 바로 그라운드호그데이(Groundhog Day) 입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펑크서토니(Punxsutawney) 마을에서 매년 2월 2일이면 그라운드호그(or마멋marmot or 우드척Woodchuck)라는 동물이 겨울잠을 깨고 굴에서 나와 자신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면 봄이 왔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림자를 본다면 그 해 겨울이 6주간 더 길어진다는 것을 예언하는 풍습입니다. 

19세기 독일 이민자들이 시작한 그라운드호그데이 행사는 주요 도시별로 열리지만 이곳 펑크서토니를 원조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네요. 필이라는 이름의 기상예보 동물인 마못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믿거나 말거나라고 합니다.

 

영화는 기상리포터 필 코너가 그라운드 호그데이를 취재하러 펑크서토니로 떠나면서 시작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 필 코너는 펑크서토니의 기상예보 동물인 마못(이름이 필)과 하는 일도 이름도 똑같습니다. 펑크서토니 필(마못)이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서 겨울이 6주간 더 길어졌다는 예보 다음 날부터 주인공 필은 그라운드호그데이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리프 영화와는 다르게 그라운드호그데이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시간대로 가는 타임슬립 영화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정한 시간이 반복되는 타임루프인데 그라운드호그데이가 무한 반복되고 있는 거죠. 최근에는 톰크루즈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2014)와 같은 장르입니다.

영화는 우리가 삶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주인공 필 코너스는 반복되는 하루를 통해서 절망에 빠지기도, 즐기기도 하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삶의 태도를 바꾸게 됩니다. 

필은 체념합니다. 더 이상 자신의 의지대로 바뀌지 않는 현실을 체념하지만 필의 체념은 그의 삶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반전입니다. 필은 처음에 자신을 위해 사용하던 시간들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 사용하기 시작하고 지겨울 만큼 똑같던 그의 세상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에게 내일이 없다면 무었을 할 생각인가요? 아니면 필 처럼 똑같은 시간이 반복된다면..?.. 

영화 속에서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그라운드호그 데이가 필에게 수 많은 기회(타인을 돕거나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를 만들어 주었지만, 현실의 우리들에게 시간은 결코 돌릴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고 단 한 번뿐인 삶(쉽게 오지 않는 기회)이라면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지고 살아갸야 할까요? 

"Do you know What today is?"
오늘이 무슨날인지 알아요? 

"no, what?" 
아뇨, 먼데요?

"Today is Tomorrow."
오늘은 내일이에요.

-영화 속 필과 리타의 대화

2015/04/01  The Lazy Gatsby.

copyright 2015. The Lazy Gatsb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