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Memento, 2000

Memento, 2000
메멘토

어느 책에서 읽은 바로는 스님이 수련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매 순간순간을 깨어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살아가는 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을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수많은 자기개발서나 수행들도 결국 이런 식의 순간을 집중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오직 현재를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10분 이상 지속되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10분마다 그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10분마다 리셋되는 기억력 때문에 레너드 셀비(가이 스피어)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떠올려야 합니다. 그는 메모지와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항상 휴대하면서 지난 10분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그리고 절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내용은 몸에 문신으로 새깁니다.  

문신과 폴라로이드 사진들은 레너드가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남은 10분을 살아가는 이정표입니다. 모두가 알지만 나는 모르는 과거를 살아가는 삶은 어떨까요? 가끔 상대는 나를 기억하는데 나는 정작 기억이 안 날 때 느끼는 미안함과 무안한 분위기, 그리고 상대가 느끼는 서운함을 레너드는 매 순간마다 느끼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10분마다 리셋되니 그마저 기억해내진 못하겠지만 말이죠. 

이와 비슷한 상황은 영화 '행오버(The Hangover, 2009)'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총각파티로 라스베가스에서 끝내주는 밤을 보낸 일행은 다음날 아침에 맞이한 황당한 상황 속에서 기억이 없어진 지난밤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믹이라는 장르에 맞게 골 때리는 지난밤의 사건이 하나씩 나타난다면 메멘토는 조금 다릅니다.

크리스토퍼놀란 감독은 기억과 꿈에 관련된 내용의 영화를 다뤄 왔고, 메멘토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가 진짜 사실인지 아닌지 자신도 알 수 없습니다.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라고 말하는 주인공 레너드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영화에서 레너드가 주기적으로 남기는 기록을 이용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누구를 믿어야 할지 레너드는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연출도 재밌습니다. 영화에서는 레너드의 현재와 기억을 컬러와 흑백으로 나누어 표현합니다. 지금의 레너드에게 벌어지는 상황은 컬러로, 과거의 사건은 흑백으로 번갈아가면서 영화가 진행됩니다. 현실의 컬러에선 시간이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과거의 흑백은 시간순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흑백의 과거가 컬러로 변하는 순간 영화를 보는 내내 아리송하게 만들었던 문제들이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은 한번 보고는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의 영화들은 단순히 보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생각해보게 만드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 혹은 추억에 의지해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레너드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만들어가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삶에 대한 꾸준한 목적의식을 매 순간 인식하는 모습은 앞에서 스님이 수행하는 방법에서처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정한대로 움직이는 모습은 추진력?이라는 의미로 아이러니하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레너드가 몸에 새겨 잊지 않으려고 했던 문신의 이야기가 아닌 테디가 말해준 레너드의 과거가 사실이라면 그에게 최소한 그런 자세는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과거와 사람들이 기억하는 나, 그리고 진실. 영화 메멘토 였습니다.

난 매번 그를 볼 때마다
날 기억하는 듯한 
그의 눈빛을 느꼈어요.

하지만 그는 날 모른다고 했죠.

난 그의 연기가 서툴다고 생각했고
좀 더 시험해 보기로 했어요.

-영화속 레너드 셀비 대사 中

2015/12/12  The Lazy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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