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2016

Manchester by the Sea, 2016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건물 4동을 혼자서 관리하는 '리'는 무례하고 무뚝뚝한 남자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껄끄럽지 않아 보이는 리는 가족도 없어 보이고 조금 고독한 사람처럼 보인다. 형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리가 일주일간 급하게 맨체스터바이더씨(Manchester-by-the-Sea)로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무뚝뚝한 남자가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건 영화가 시작하면서 보이는 리의 또 다른 모습 때문이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리는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필요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 사람들과의 대화도 꺼리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형의 죽음은 무슨 관련이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과거의 회상이 예고 없이 영화 중간중간을 파고 들어온다. 조금 불친절하지만 리와 리의 형이 죽었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별다른 상황 설명 없이 끼어드는 과거의 회상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다. 형의 사후 처리를 위해 방문한 변호사에게서 자신이 형의 후견인으로 지목되었다는 예정에 없던 사실에 당황하면서 리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지금의 리가 무뚝뚝하고 아무런 감정 없는 사람처럼 사는 이유는 고통, 아픔, 상실감 그리고 죄책감이다. 자신의 남은 인생에 이 모든 것을 안고 살아가는 리가 죽지 않고 아무런 감정 없이 살아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리와 조카 패트릭과의 관계는 리와 죽은 형과의 관계에 연장선이다. 사고 이후 힘들어하는 리를 곁에서 돕던 형의 모습은 반대로 그가 죽은 후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형의 사후 처리를 담당하는 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리에게 맨체스터는 그가 지니고 살아가는 죄책감, 고통, 상실감, 아픔이다. 영화에서 창문 밖으로 계속 보이는 곳은 리가 맨체스터를 떠나 잊고 있던 기억 속의 장소다(아마도 리의 집이 있던 곳?) 맨체스터를 떠나 눈앞에 보이지 않았던 과거(리의 감정들; 죄책감, 고통, 상실감, 아픔)는 리가 맨체스터에 머무르면서 그를 조금씩 좀먹어 간다. 후반부에 전 처인 랜디를 만나면서 리의 감정은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데 랜디나 리 모두 그들의 삶에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무게는 남들과 조금 다르다. 

누구나 자신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지만(죄책감이거나 상실감 또는 후회일 수도 있다) 그것을 극복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살아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스스로의 몫이다. 영화에서 리에게는 극복하기보다는 평생 간직한 채 살아가야하는 과거다.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리의 과거는 리가 스스로 고향을 떠나지 않고는 결코 견더내기 힘든 일이었다. 형의 사후 처리는 결국 원만하게 처리되지만 리가 남은 그의 인생에서 그의 가슴속에 묻고 살아가야 하는 아픔은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응어리져 남아있다. 

잔잔하면서도 아픔이 보다 깊숙하게 다가오는 슬픈 영화다.

2018/03/16 The Lazy Gatsby.
copyright 2018. The Lazy Gatsby all rights reserved.

other Still c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