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버드 Lady Bird, 2017

Lady Bird, 2017
레이디 버드

첫 장면에서 엄마와 다투다 차 밖으로 뛰어내리는 크리스틴은 자신이 사는 곳을 지긋지긋해한다. 영화 내내 고향과 멀리 떨어진 동부쪽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이야기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세크리멘토(Sacramento)에 사는 17살 크리스틴은 스스로를 '레이디 버드'라고 부르는데, 부모가 지어준 이름보다 자신 스스가 선택한 이름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완벽한 10대 사춘기 여고생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크리스틴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을 보면서 불안정하고 모든 게 불확실한 10대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영화는 크리스틴의 고등학교 졸업반 1년간의 사건을 보여주는데 사춘기 시절 친구와의 관계나 가족과의 문제 등 한 가지에 집중하는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레이디버드에서는 전반적인 모습을 모두 다루고 있다. 그래서 레이디버드를 영화 보이후드(Boyhood, 2014)와 빚대 girlhood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엄마와 크리스틴은 영화가 진행되며 벌어지는 여러 사건과 관계들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부딪히고 끝까지 해결되지 않는 골이 깊은 사이다. 딸을 생각하면서도 쉽게 좋은 말을 내뱉지 못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가 서운한 크리스틴이 사사건건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자신의 지난날 엄마와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 위플래쉬의 강렬했던 클로징만큼이나 레이디버드의 클로징은 영화에서 중요하다. 원하던 대로 고향을 떠나는 크리스틴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는 크리스틴의 모습을 조금 더 보여준다. 영화 내내 레이디버드라고 불리길 원했던 크리스틴은 새로운 곳에서 더 이상 자신을 레이디버드라고 부르지 않는다. 진탕 마시고 깨어난 다음날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것 그리고 생각했던 것을 음성메시지로 가족들에게 남기는데,

떠나고 싶어 하던 세크리맨토에 대해서 새롭게 느끼게 된 것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가족의 소중함까지 영화 내내 불안정하고, 미숙하고, 어렸던 지난날에서 성장한 크리스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2018/05/07 The Lazy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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