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태치먼트 Detachment, 2011

Detachment, 2011  
디태치먼트

누구나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개개인에게 처한 현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아름답고 아무런 문제없는 세상 살이가 아니죠.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추고 싶어도 감춰지지 않는 잔주름 같은 현실이 있습니다. 특히나 이런 현실은 본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부분들이죠. 그리고 그런 현실을 대하는 자세도 사람들마다 제각각입니다.

  

헨리 바스는 떠돌이 파견교사입니다. 영화는 바스가 지역의 문제 학교에서 한 달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작하게 됩니다. 헨리에게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그가 어렸을 적에 죽은 엄마에 대한 기억의 파편들은 그를 괴롭게 합니다. 길거리에서 만나게 된 에리카와 학교에서 만나 메레디스 그리고 학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화는 등장인물 각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헨리의 인터뷰와 함께 더 이상 학교에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칠판에 그려지는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데요. 그림들 역시 현실을 반영하는 듯 괴기스럽고 잔인합니다.  선생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학교의 모습들, 3인칭 시선, 조금은 과장되 보이는 카메라 연출기법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인 Detachment의 뜻은 "무심함", "거리를 둠" 이라는 기본적인 뜻 이외에 '분리', '파견'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임시 파견직 교사인 헨리는 본인의 삶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아갑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본인의 직업과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그의 detachment한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헨리가 자신의 삶 주변에 거리를 두며 무관심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본인 스스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상처 혹은 트라우마를 통해서 스스로가 문제에 거리를 두고 스스로는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우리는 괴롭습니다. 바꿀 수 없는 현실과 과거 사이에서 멤도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괴로워합니다. 

버스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울던 헨리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렸을 적에 자살한 엄마에 대한 기억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아니더라도 헨리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트라우마 혹은 상처로 남아 그를 괴롭힙니다. 우리는 모두가 나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들입니다. 상처받기 쉬운 주변의 그리고 내면의 무엇인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어쩌면 무관심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싱그러운 봄기운에도, 떨어지는 낙엽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스스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강신주는 저서 『다상담』에서 무관심한 감정을 자폐증과 같다고 비교했습니다. 자폐를  '상처받아 내면에 갇혀버린 상태'라고 하면서 스스로 문을 닫아버리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버린 우리 현실의 자화상과 다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적당한 거리 유지는 좋겠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안에 갇혀버리지는 말아야겠죠?

영화는 헨리와 메레디스 그리고 에리카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들이 영화에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만큼 다른 배역들이 가지고 있는 고뇌나 문제점들도 비중 있게 부각되면서 이 영화가 단순하게 미국이 처한 교육 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에서 드미트리역으로 나왔던 애드리안 브로디(헨리)의 쳐진 눈썹이 영화의 암울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고 있는데요.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로 유명해진 애드리안 브로디 외에 선생님으로 나오는 배우들의 캐스팅이 화려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누가 나오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내내 우울하기만 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요소입니다. 

어느 한 가지를 집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영화 Detachment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진정한 현실을 맞이했을때 느끼는 불편함을 제대로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015/04/11  The Lazy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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