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Gone Girl, 2014

나를 찾아줘.

역사 서술 방식은 크게 시간 순서에 따라 기술하는 편년체(編年體) 방식과 인물 중심으로 기술하는 기전체(紀傳體) 방식으로 나눠집니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방법에 따라서 똑같은 내용도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서술 방식은 직접 사건를 기록하는 서술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영화 Gone Girl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주인공의 아내 에이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에이미의 실종 사건을 두 명의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요, 바로 주인공 닉 던(벤에플렉)과 실종된 당사자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의 시선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닉의 시점(=시간순서 대로 사건을 보는 편년체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이 후 일기를 통해 에이미의 독백으로 과거부터 사건이 발생하고, 진행되는 순간까지 이어지는(=에이미라는 인물 중심으로 사건을 보는 기전체 방식) 두 개의 시점이 병행하는 구조입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점을 통해서 영화는 관객에게 누구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서 달라지는 진실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진실은 영화 중간이 지나면서 밝혀지게 되지만, 이 시점에서 영화는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줍니다. 

영화와 비슷한 내용으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빅픽처』가 있습니다. 뉴욕의 잘 나가는 로펌 소속 변호사인 벤은 사진작가를 꿈꿔온 과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아내와 불륜 관계인 옆집 사진가를 우발적으로 죽인 벤은 그 시체를 자신이 죽은 것으로 위장해 본인을 숨기고, 죽인 사진가의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영화와 소설의 공통점은 이러한 법적 제도를 통해서 범인이 오히려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설『빅픽처』가 삶의 운명적인 부분을 다루면서 이런 법적 제도를 하나의 장치로 다룬 반면,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는 인간 내면의 섬뜩한 모습을 법적 제도 안에 서있는 에이미를 통해서 그대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내의 실종사건을 다루는 영화에 [Gone Girl]이라는 본 제목 대신 '나를 찾아줘'라는 국내 개봉명을 붙였을지에 대한 의문 역시 영화를 보면서 풀리게 됩니다. 사건의 진실을 떠나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삶을 살아가는 닉과 에이미는 서로에게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실게임을 벌이게 되는데요. 과연 이 진실게임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진실은 무엇일까요? 

결혼 생활 중에 제일 자주 했던 질문이다.

The primal question of any marriage.

"무슨 생각해?"

What are you thinking?

 "기분어때?" 

How are you feeling?

"우리가 서로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What have we done to each other? 

"앞으로 니가 무슨 짓을 하게 될까?..."

What will you do?..

-영화 속 닉 던의 독백.

2015/02/09  The Lazy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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