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만났다 Collateral Beauty, 2016

Collateral Beauty, 2016
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만났다

회사의 CEO인 주인공은 딸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자신의 삶마져 잃어가고 있다. 그는 딸이 죽은 후 '사랑', '시간', '죽음'에게 돌아오지 않을 편지를 보낸다. 그의 직장동료이자 오랜 친구들은 그를 돕고자 연극 배우들을 고용해 주인공게만 보이는 특별한 연극을 준비한다. 그렇게 어느날 주인공의 앞에 사랑, 시간, 죽음이 찾아와 말을 건낸다.

영화는 치유의 과정이다. 소중한 것을 잃은 아픔을 연극을 통해 치유한다. 영화는 '사랑', '시간', 그리고 '죽음'이라는 소재를 주인공과 각각의 캐릭터를 엮어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영화에는 많은 캐릭터가 나오지 않지만 하나하나가 많은 영화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다. 영화에서도 배우들은 자신의 배역에 충실했고 연기도 나무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영화는 좋은 소재와 좋은 배우라는 퍼즐 조각을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퍼즐은 완성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법. 영화는 관객들에게 예고편에서 주었던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했다.

영화가 완성되지 못한 이유는 애매모호함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예고편에 속았다는 분노와 함께 충분히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명확한 정답을 제시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설정한 세계에 대한 연계성은 잃지 말아야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모임의 리더가 자신의 아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은 감동이 아니라 막장을 느낀다. 영화의 감동은 마지막까지 언급되지 않았던(주인공은 슬픔으로 떠올릴 수 없었던) 딸에 대한 기억과 슬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치료의 완성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 모임의 리더가 자신의 아내였다는 사실이 불필요하게 끼어들어 감동을 방해한다. 주인공은 단순히 인지부조화?뿐만아닌 기억상실증까지 있었단 말인가? 

'사랑', '시간', '죽음'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주인공의 친구들에게도 그들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거기까지도 괜찮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에 대한 영화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친구들에게 배우들은 실제의 인물이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이들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허구의 존재다.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상반되는 애매한 설정에 관객들은 아리송해진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이 있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도 있다. 이 영화는 다다익선을 생각했지만 과유불급으로 결론 맺어진 영화다. 조금 더 다듬어 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7/07/05 The Lazy Gatsby.
copyright 2017. The Lazy Gatsby all rights reserved.